불신과 피로가 쌓이는 교실, 다음 세대는 어디로 가는가
한국 교육은 정체된 갈등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입시 제도 개편은 수차례 반복되었고,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은 여전히 모호하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교권 침해와 교사 집단 행동, 학부모 민원 과열,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교육 현장이 단순히 정책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 신뢰와 미래의 질서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교육은 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일이며, 그 안에 한 사회가 어떤 가치와 질서를 지향하는지가 녹아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 핵심 질문을 잃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의 갈등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과도한 개입과 민원으로 교사의 권위를 흔들고 있고, 교사들은 업무 외적인 문제로 인한 피로감과 감정 소진을 호소한다.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불확실성 속에서 무기력해지고 있으며, 일부는 교실 내 위계 질서나 소통 구조의 해체로 인한 정서적 방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사건이 아닌 구조적 피로의 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경쟁 중심의 제도, 정답만을 강요하는 문화, 개인화된 교육 환경, 그리고 정책과 현장 간의 괴리가 반복되며 교육의 중심인 ‘사람’은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 한 사회의 공동체적 방향성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학 입시, 취업, 경쟁, 계층 상승이라는 목표만이 강조되면서 교육은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형성’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배우기보다, 효율과 결과 중심의 판단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게 된다. 교육이 결과만 남기고 과정은 사라질 때, 그 사회는 결국 다음 세대를 정서적으로 준비시키지 못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교육의 위기는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학군 간 교육 격차와 총기 위협, 교사 이직률 증가 문제가 심각하며, 일본은 학생들의 정서 불안과 학업 스트레스 문제가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유럽은 이민·다문화 사회 속에서 공교육의 일관성과 통합 기능이 흔들리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교육 접근성 자체가 경제력에 따라 좌우된다.
교육은 각국이 직면한 사회적 불평등과 문화적 갈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렇기에 교육의 위기는 단지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미래 구조가 흔들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성경은 교육을 단순히 지식 전달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신명기 6장에서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명령하고 있으며, 잠언은 “아이를 그가 마땅히 갈 길로 교육하라”고 가르친다. 교육은 곧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명이며, 하나님께서 주신 질서를 전수하는 과정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교육 갈등은 교과서 내용이나 입시 문제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의 위기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 싶은가, 이 사회는 어떤 가치 위에 다음 세대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교실은 단지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가 가장 어릴 때부터 관계를 배우고, 실패를 경험하고, 책임을 감당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익히는 삶의 축소판이다. 교사가 존중받지 않는 사회에서 권위는 사라지고, 아이들이 외면당하는 교육에서는 감동도 사라진다.
교과과정의 개편이나 제도의 변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회복이다. 그것은 사람을 세우는 일이자,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교육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구조다
지금 교육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보다 먼저 방향이 회복되어야 한다. 경쟁이 아닌 성장, 결과보다 과정, 비교보다 이해라는 원칙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때 교육은 회복될 수 있다. 교사는 단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삶의 본을 보이는 사람이며, 학생은 시험 성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존재다. 크리스천 공동체는 누구보다 이 가치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 교육은 사회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지금, 우리는 그 방향을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