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모든 것이 된 사회,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

가치가 가격으로 환산되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2025년 현재, 우리는 ‘구매’와 ‘선택’이라는 말이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장악한 사회에 살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고르고, 비교하고, 클릭하고, 결제한다. 음식, 옷, 교육, 병원, 집, 일자리, 심지어는 여가와 인간관계까지도 ‘상품화’되는 경향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는 단순히 필요한 것을 얻는 행위를 넘어, 정체성을 구성하는 수단이 되었고, 사람들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선택했느냐’로 자신을 설명한다. 이처럼 삶의 선택이 곧 소비가 된 시대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고, 무엇을 잃게 했을까?

최근 다양한 조사에서도 현대 사회의 ‘소비 피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재화의 양은 늘어났지만, 만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선택의 자유가 넘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더 자주 공허를 호소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무지출 챌린지’나 ‘미니멀리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반작용으로 읽힌다.

광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자극하고, 사회는 소비로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채워지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 결국 문제는 소비 자체가 아니라, 소비가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정서적 피로다.

가장 우려스러운 흐름은 가치의 기준이 점점 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교육은 투자로 평가받고, 인간관계도 ‘가성비’라는 말로 재단되며, 공동체의 윤리적 선택조차 ‘경제성’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를 돕는 일조차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판단되고, 헌신과 희생은 ‘비효율’로 간주되기 쉽다. 시장의 논리는 삶의 모든 기준을 단순화한다. ‘비싸면 좋은 것’, ‘많이 팔리면 옳은 것’, ‘사람들이 선택하면 정답인 것’. 문제는, 이 구조 안에서는 진짜 의미 있는 것들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물건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선택이 사람을 규정하는 시대다.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을 ‘학습’하고, 광고는 우리의 관심을 선도하며, 사회는 선택의 결과로 사람의 가치를 가늠한다. 더 이상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사회적 계급과 정체성, 심지어 인간관계의 폭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을 ‘항상 부족한 상태’로 몰아간다. 어떤 선택을 해도, 무엇을 가져도, 충분하지 않다는 감정이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성경은 인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로 정의한다. 예수께서는 사람의 생명이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고 하셨고(누가복음 12:15), 사도 바울은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져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디모데전서 6:7)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마치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유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소비가 삶의 중심이 될 때, 우리는 점점 더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누군가의 추천, 인기 순위, 가성비, 최신 트렌드 속에서 인간은 점점 더 자율성을 잃어가고, 자기 기준으로 살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를 부정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중심의 문제다. 삶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였던 소비가, 삶의 목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 구조나 사회 현상이 아니라, 가치관과 인간 이해의 문제다. 크리스천이라면 더욱 이 흐름을 분별해야 한다. 신앙은 결국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의 문제이며, 복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부르심이기도 하다.

소유가 기준이 될 때, 사람은 본질을 잃는다

우리는 지금 ‘갖는 것’이 ‘되는 것’보다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진짜 사람됨은 가방 속에 있지 않고, 잔고에 있지 않다. 소비가 계속해서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면, 결국 우리도 누군가의 선택으로 판단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시선은 다르다. 하나님은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택이 아니라, 더 명확한 중심이다.

 

작성자: 이시온 | 매일말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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