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는 스스로 살 수 없다 – 요한복음 15: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복음 15장 5절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열매’를 중심으로 삼지만, 그 열매의 핵심 조건으로 ‘붙어 있음’을 전제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역의 전략이나 외적인 역량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분은 관계의 본질, 연결의 지속성, 내적 친밀함을 강조하셨다.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며 자주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주님은 ‘어디에 붙어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을 때에만 살아 있을 수 있다. 떨어진 가지는 스스로 열매를 맺지 못할 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말라버린다. 요한복음 15:5는 모든 사역과 열매의 원천이 그리스도와의 연결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준다.

열매는 연결의 결과이지,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현대 신앙인들은 ‘무엇을 이루었는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복음 전도, 봉사, 훈련, 제자 양육 등은 모두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성경은 먼저 ‘내 안에 거하라’고 말한다. 즉,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을 때에만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힌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연결되어 있는 동안, 수액을 공급받고 생명을 유지하며 열매를 맺는다. 연결은 생명의 조건이며, 단절은 사망이다. 이 진리를 놓칠 때 우리는 신앙을 율법처럼 수행하게 된다.

외적으로는 열심을 보이지만, 내면은 점점 메말라간다. 이는 주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채 일만 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스도와의 연결 없이 생기는 열매는 없다. 아무리 번듯하고 그럴듯해 보여도,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열매는 생명의 줄기를 통해 맺힌 결과물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

붙어 있음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교통이다

‘내 안에 거하고, 내가 너희 안에 거한다’는 말은 단지 위치적인 개념이 아니다. 이것은 살아 있는 교제, 끊임없는 흐름, 상호 작용을 전제한 표현이다. 붙어 있다는 것은 하루에 몇 분 기도하거나, 주일에 예배 한 번 드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삶의 방향 전체가 주님을 향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생각의 중심, 선택의 기준, 감정의 반응, 가치관의 형성 모두가 주님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 이런 삶이야말로 진정한 ‘거함’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와의 이 교제를 통해 생명을 공급하시고, 우리를 통해 그 열매가 맺히게 하신다.

붙어 있되, 느슨하지 않고 끊기지 않게. 이는 날마다 점검해야 할 영적 상태다. 외적인 행위보다, 내적인 연결이 건강한지를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나님은 열매보다 관계를 먼저 보신다.

스스로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순간, 열매는 멈춘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이 말씀은 믿는 자들에게 경고와도 같다. 주님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말라가는 가지일 수 있다. 인간은 본성상 스스로 자립하고 싶어하고, 영적으로도 독립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그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아무것도’에는 우리의 기도, 섬김, 계획, 비전, 심지어 회개의 노력조차 포함된다. 주님과 연결되지 않은 회개는 자기연민이 되고, 주님 없이 드리는 기도는 형식이 되며, 그분 없이 하는 사역은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열심보다 우리의 의존을 원하신다. 스스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진짜 영적 생명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열매를 통해 증명된다.

열매 맺는 삶은 곧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다

요한복음 15장 8절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가 내 제자가 되리라.” 결국 열매는 단지 개인의 신앙 성숙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목적을 지닌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 안에 거하면서, 열매를 맺어 그분의 성품을 이 세상에 드러내기를 원하신다.

사랑, 인내, 온유, 절제, 자비와 같은 성령의 열매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세상에 나타내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하나님은 ‘많은 열매’를 원하신다. 열매가 없는 신앙은 자칫 자기중심적 경건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열매를 맺는 삶은 타인을 살리고, 세상에 빛이 되며, 복음을 드러낸다. 주님과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우리는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열매는 신자의 의무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연결은 유지되어야 하며, 유지되려면 지속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와의 연결은 단발적인 결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붙어 있음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유지하기 위해선 신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말씀을 가까이하고, 기도의 자리를 지키고, 죄 앞에 민감해지며,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는 모두 연결을 지속하는 행위다.

우리는 바쁘고, 유혹은 많으며, 관계는 흐트러지기 쉽다. 그럴 때마다 다시 포도나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아가야 한다. 가지는 나무를 떠나 살아갈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 영적으로 말라간다면, 열매가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연결 상태다.

신앙은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다. 그 관계는 날마다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더 깊이 주님 안에 거하게 된다.

매일말씀저널 | 성경 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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