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우울증에 뭐라고 말할까?

‘하나님을 믿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기도도 하고, 예배도 드리는데 마음은 왜 점점 어두워질까.’

이런 질문을 품은 채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열심히 살아가지만 마음속은 무기력하고, 때론 자리에 누운 채 눈을 뜨는 것조차 벅차다. 사람들은 말한다. “믿음이 약해서 그래.” “감사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러나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믿음의 사람들도 깊은 절망과 무너짐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다윗, 엘리야, 욥. 그들은 모두 하나님과 가까웠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고통과 낙심, 죽고 싶다는 마음까지 느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조차도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으셨다. 성경 속 우울은 죄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통로였다.

엘리야: 승리 뒤에 찾아온 탈진과 생명 포기 충동

열왕기상 19장에서 엘리야는 광야로 도망친다. 앞서 그는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을 물리치는 놀라운 기적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세벨의 위협 앞에서 그는 무너진다. 로뎀나무 아래서 그는 말한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이 장면은 승리 이후 찾아온 심리적 탈진, 고립감, 소진 증후군의 전형이다. 엘리야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는 지쳐 있었고, 외로웠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책망하지 않으셨다. 먹을 것을 주셨고, 자게 하셨고, 아무 말 없이 기다리셨다. 그리고 모든 감정이 잦아들었을 때, 부드러운 세미한 음성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무너진 자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대신 충분히 기다려 주신다.

욥: 이유도 해명도 없는 고통 속에서의 붕괴

욥은 동방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의인이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녀, 건강, 재산, 명예를 모두 잃는다. 그는 이유를 묻고, 하나님께 대항하며, 친구들의 조언을 거부한다. 욥기 3장에서 그는 말한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는 단순한 낙심이 아니다.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 삶의 의미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하지만 하나님은 욥의 분노나 질문을 멈추게 하지 않으셨다. 수십 장의 욥기의 대부분은 그 침묵과 항의의 기록이다. 결국 하나님은 폭풍 가운데 나타나시지만, 정답을 주지 않으신다. 단지 임재하신다. 욥은 해답 대신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고 회복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갑절의 복을 받는다. 고통의 이유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하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욥은 다시 일어선다.

다윗: 하나님께 감정을 쏟아낸 예배자

시편은 인간의 감정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책이다. 다윗은 수많은 시편에서 기쁨과 감사뿐 아니라, 불안, 분노, 외로움, 낙심까지 가감 없이 고백한다. 시편 42편 11절에서는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하나님께 드러냈고,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부르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다윗의 신앙은 ‘강한 척’이 아니라, ‘약함의 고백’ 위에 세워졌다. 그는 말했다. “눈물을 나의 음식으로 삼았으며… 사람들은 내게 말하기를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하였도다.” 그 고백조차 하나님은 시편으로 받아주셨다. 하나님은 슬픔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 속에서 예배를 만들어 가셨다.

우울은 죄가 아니다. 하나님은 감정을 가리지 않으신다

성경 어디에도 “낙심하면 죄다”, “슬픔은 믿음 없음의 증거다”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낙심한 자, 눈물 흘리는 자, 절망하는 자를 하나님은 부르시고 회복시키신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는 잠과 음식을, 욥에게는 침묵의 시간을, 다윗에게는 고백의 언어를 주셨다. 공통점은 단 하나—하나님은 우울을 숨기라고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감정 속에서 직접 일하셨다. 우울은 신앙 없음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그 감정을 붙들고 하나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과 오해다.

한눈에 보는 성경 속 우울과 하나님의 반응

• 엘리야

감정: 탈진, 무력감, 생명 포기 충동

하나님이 하신 일: 먹이심, 재움, 침묵, 부드러운 음성

회복 방식: 사명 회복, 현실 복귀

• 욥

감정: 상실, 분노, 존재 부정

하나님이 하신 일: 긴 침묵, 해답 없는 임재

회복 방식: 회복과 갑절의 복

• 다윗

감정: 반복된 낙심, 불안, 고독

하나님이 하신 일: 고백의 자유 허용, 예배로 승화

회복 방식: 찬양 속 정서적 안정과 신뢰

오늘 이 감정 속에서도 하나님은 당신 곁에 계신다

당신이 오늘 무기력 속에 앉아 있다면, 아무 말 없이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다면, 기도조차 하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면—하나님은 그런 당신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성경은 감정을 숨기라고 하지 않았다. 믿음은 감정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엘리야도 무너졌고, 욥도 분노했고, 다윗도 울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다시 일어섰다. 하나님은 당신도 그렇게 일으키실 것이다. 반드시.

매일말씀저널 |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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