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시편 19편 1절은 단순한 자연 찬미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창조물 속에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위엄과 존재를 드러내는 선언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지만, 동시에 자연이라는 무언의 언어를 통해도 끊임없이 자신을 계시하신다. 눈에 보이는 세계, 하늘과 땅, 계절과 별, 구름과 바람, 그 모든 피조물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그 소리를 듣고 있는가?
하나님의 영광은 자연 속에 선명히 새겨져 있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는 언제나 열려 있지 않다. 성경은 말한다. 하늘은 지금도 말하고 있고, 우리는 들을 책임이 있다.
무언의 음성, 그러나 분명한 메시지
시편 기자는 ‘하늘이 선포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선포한다’는 히브리어 동사 ‘사파르’는 단지 조용히 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소리 높여 말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이는 마치 하늘이 하루도 쉬지 않고, 멈추지 않고, 하나님의 위엄을 세계에 외치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의 언어처럼 문장이나 단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가장 지속적이고 강력한 증거다. 태양은 매일 아침 떠오르며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고 계심을 증언한다. 별들은 하나하나 각기 다른 궤도를 따라 운행되며, 무질서 속의 질서를 보여준다.
계절은 정해진 순환을 따라 흐르고, 바다는 그 경계를 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아래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 하나님의 질서와 목적, 그리고 살아계심을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다. 그 메시지는 침묵하지 않는다.
자연의 영광 속에서 나타나는 창조주의 성품
자연은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성품을 담아내는 거울이다. 광활한 우주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질서 정연한 생태계는 하나님의 섬세하심을 보여준다. 산의 웅장함은 하나님의 절대적 능력을, 바람의 부드러움은 하나님의 자비를 상징한다.
바울도 로마서 1장에서 이 사실을 분명히 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결코 핑계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자연은 언제나 말씀하고 있고, 문제는 우리가 그 뜻을 읽어내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할 뿐이다.
예배란 단지 예배당에서의 행위가 아니다. 바람 한 줄기에도 하나님을 느끼고, 하늘의 색조 변화 속에서도 그분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의 삶 가운데 예배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말씀하지 않으심이 아니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시편 19편은 2절에서 이어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이 말은 곧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멈추지 않고 전달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하나님은 창조의 리듬 속에서 매일 말씀하신다.
그러나 현대인은 바쁘다. 스마트폰 알림과 일정 속에 밀려, 그 고요한 음성을 들을 수 없다. 하늘의 선포는 너무 크고 넓기에, 오히려 우리는 그것을 놓치기도 한다. 하나님은 소리 지르지 않으신다. 부드럽고, 은밀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말씀하신다. 사무엘을 부르셨던 음성처럼, 엘리야에게 속삭이셨던 세미한 음성처럼, 오늘도 하나님은 침묵 속에서 말하고 계신다.
이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멈춰 서야 한다. 도시의 소음을 잠시 끄고, 마음의 분주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들을 수 있다. 창조 속에서 울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창조 세계의 영광은 인간의 찬양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편 19편은 단지 자연이 하나님을 선포한다는 진술로 끝나지 않는다. 시편 기자는 이 자연의 선포를 듣고 반응하는 자리로 나아간다. 하늘이 선포하는 영광을 들었다면, 이제 인간은 그 영광을 돌려드릴 찬양을 시작해야 한다. 자연이 침묵으로 찬양한다면, 인간은 그 침묵을 말로 번역해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
그래서 시편 19편은 후반부로 갈수록 말씀의 중요성과 그 말씀 앞에서의 회개, 순종의 결단으로 이어진다. 하늘은 영광을 말하지만, 인간은 진리 앞에서 자신의 죄를 돌아보고 하나님께 순종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예배는 자연에서 시작되지만, 말씀 안에서 완성된다.
자연은 우리를 말씀으로 이끄는 길이고, 말씀은 우리를 하나님께 가까이 데려가는 통로다. 하늘이 하나님을 높일 때, 우리의 영혼도 그 고백에 참여해야 한다. 예배는 우주 전체의 흐름 속에 우리를 초대하는 하나님의 요청이다.
우리는 듣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기술과 속도가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는 ‘듣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말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나 성경은 언제나 듣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한다. 믿음은 드름에서 나고, 드름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
그 말씀은 자연 속에도, 양심 속에도, 공동체의 나눔 속에도 살아 있다. 시편 19편은 하늘을 보며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음성을 읽은 사람의 고백이다. 오늘도 아침이 밝아오고, 저녁 노을이 물들며, 별빛이 다시 어둠을 뚫고 뜨오른다. 그 모든 순간은 하나님의 메시지다.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듣고 있는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경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를 통해, 우리의 일상과 감정 속에서도 끊임없이 말씀하신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늘은 지금도 하나님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음성 앞에서 멈춰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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